대왕오징어는 얼마나 클까? 13m 심해 생물의 숨겨진 삶 | Giant Squid

대왕오징어(Giant Squid)는 얼마나 클까? 우리가 아직 모르는 심해의 미스터리

깊은 바다를 촬영한 영상에서 갑자기 긴 촉수가 화면을 가로지릅니다.

잠시 후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한때 바다 괴물의 전설로까지 이어졌던 대왕오징어(Giant Squid)입니다.

영화에서 가끔 보이는 이 거대한 생물은 실제로 존재한다라고 오래전에 확인됐지만, 우리는 아직도 대왕오징어가 심해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충분히 알지 못합니다.

우리는 아직 대왕오징어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먼저 이 글에서 말하는 ‘대왕오징어’는 여러 종류의 큰 오징어를 통칭하는 표현이 아니라, 대표적인 대형 심해 오징어인 대왕오징어(Giant Squid, Architeuthis dux)를 의미합니다.

콜로설오징어(Colossal Squid, Mesonychoteuthis hamiltoni)처럼 역시 거대한 몸집을 가진 다른 종과는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01. 대왕오징어는 얼마나 클까?

대왕오징어라는 이름만 들으면 단순히 ‘아주 큰 오징어’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크기를 이야기할 때는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오징어의 몸통만 측정할 것인지, 아니면 몸에서 길게 뻗어나온 팔과 촉수까지 모두 포함할 것인지에 따라 전체 길이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대왕오징어는 몸통 자체도 크지만 특히 긴 팔과 촉수가 눈에 띄는 동물입니다. 확인된 표본 가운데는 촉수를 포함해 약 13m에 이르는 개체가 알려져 있으며, 과거에는 이보다 훨씬 긴 개체가 있었다는 기록도 전해졌습니다. 다만 오래된 측정 자료에는 측정 방식이나 기록의 불확실성이 섞여 있어 모든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왕오징어의 크기를 이야기할 때는 단순히 ‘몇 m짜리 괴물’이라고 표현하기보다, 무엇을 기준으로 측정한 길이인지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핵심 포인트

대왕오징어는 매우 큰 심해 오징어지만, 전체 길이는 팔과 촉수를 포함하는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더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대왕오징어와 콜로설오징어는 같은 동물이 아닙니다.

콜로설오징어 역시 남극해의 깊은 바다에서 살아가는 거대한 오징어지만 별도의 종입니다. 대왕오징어가 긴 팔과 촉수 때문에 전체적인 길이가 매우 길어지는 특징을 보인다면, 콜로설오징어는 상대적으로 몸이 더 굵고 무거운 형태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세계에서 가장 큰 오징어가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기준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체 길이를 비교할 것인지, 몸무게를 비교할 것인지부터 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02. 왜 대왕오징어를 발견하기 어려울까?

대왕오징어를 연구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크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접근하기 어려운 심해라는 환경 자체가 더 큰 문제입니다.

대왕오징어는 햇빛이 거의 도달하지 않는 깊은 바다에서 살아갑니다. 이곳은 빛이 부족할 뿐 아니라 수압도 높고, 먹이가 항상 일정하게 공급되는 환경도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육지에서 생각하는 생태계와는 상당히 다른 방식으로 생명이 유지됩니다.

무엇보다 넓은 심해에서 특정한 대왕오징어 한 마리를 찾아내는 일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잠수정을 이용해 깊은 곳까지 내려간다고 해도 탐사할 수 있는 영역은 바다 전체에 비하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찾기 어려운 생물을 과학자들은 어떻게 연구해 왔을까요?

03. 전설 속 바다 괴물에서 실제 생물로..

대왕오징어에 대한 이야기는 현대 과학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존재했습니다. 바다에서 발견된 거대한 촉수나 정체를 알 수 없는 대형 오징어의 사체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이런 이야기들이 바다 괴물에 대한 전설과 연결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북유럽 전설에 등장하는 크라켄(Kraken)이 자주 대왕오징어와 연결됩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전설과 과학적 사실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크라켄이 실제 대왕오징어였다고 증명된 것은 아닙니다.

과학적으로 중요한 변화는 살아 있는 대왕오징어를 실제 바다에서 관찰할 수 있게 되면서 시작됐습니다. 일본 연구팀은 오랫동안 심해 대형 오징어를 추적했고, 2012년에는 오가사와라 제도 인근에서 유인 잠수정을 이용해 살아 있는 대왕오징어를 직접 관찰하고 촬영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당시 연구진은 약 630~880m 수심에서 대왕오징어를 직접 관찰했으며, 한 개체를 약 23분 동안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기록은 대왕오징어가 단순히 사체나 위장 속 잔해로만 연구되던 시대에서 벗어나, 살아 있는 상태의 행동을 연구할 수 있게 된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대왕오징어 연구는 이렇게 달라졌습니다.

전설과 목격담 → 사체와 표본 → 심해 촬영 → 살아 있는 개체의 직접 관찰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살아 있는 모습을 직접 본 뒤부터 연구자들이 던져야 할 질문은 더 많아졌습니다.

04. 최근에는 직접 보지 않고도 존재를 찾는다.

대왕오징어 연구에서 흥미로운 변화 중 하나는 반드시 눈으로 직접 봐야만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최근에는 물속에 남아 있는 생물의 DNA 흔적, 즉 환경 DNA(eDNA)를 분석해 심해 생물의 존재를 추적하는 방법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생물이 물속에 남긴 피부 조각이나 점액, 배설물 등에 포함된 DNA를 분석하면 직접 카메라에 담지 못한 생물의 존재를 추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DNA란?

생물이 물속에 남긴 아주 작은 DNA 흔적을 분석해 그 주변에 어떤 생물이 존재했는지 추적하는 방법입니다.

최근 서호주 닝갈루 해안의 심해 협곡을 조사한 연구에서도 이러한 방법을 이용해 대왕오징어의 DNA 흔적을 확인한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이것은 살아 있는 개체를 직접 촬영한 ‘목격’과는 다른 종류의 증거지만, 넓고 어두운 심해에서 생물의 분포를 알아내는 데 새로운 단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심해 탐사는 이제 ‘직접 보는 것’에서 그 생물이 남긴 흔적까지 찾아내는 방향으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05. 대왕오징어는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사냥할까?

대왕오징어의 먹이와 사냥 방식도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몸의 구조를 보면 사냥에 적합한 몇 가지 특징은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왕오징어는 긴 촉수를 이용해 먹이를 붙잡고, 팔에 있는 빨판을 이용해 먹이를 고정할 수 있습니다. 이후 단단한 부리(beak)를 이용해 먹이를 잘라 먹습니다.

문제는 실제 심해에서 이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장시간 관찰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내용은 해부학적 구조나 발견된 표본, 포식자의 위장 속에서 확인된 잔해 등을 바탕으로 추론한 것입니다.

따라서 대왕오징어가 심해에서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먹이를 찾고, 어느 정도의 거리를 이동하며, 사냥할 때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이는지는 아직 더 많은 관찰이 필요합니다.

06. 거대한 눈은 왜 필요할까?

대왕오징어의 몸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거대한 눈입니다. 실제로 대왕오징어의 눈은 매우 큰 편인데, 이것을 단순히 ‘몸집이 크기 때문에 눈도 커졌다’고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심해에서는 햇빛이 거의 도달하지 않기 때문에 아주 약한 빛이라도 감지하는 능력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특히 주변에서 생물발광(Bioluminescence)이 발생한다면, 큰 눈이 멀리서 발생하는 미세한 빛의 변화를 감지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이것 역시 자연 상태에서 대왕오징어가 실제로 무엇을 보고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모두 관찰한 결과는 아닙니다. 눈의 구조와 심해 환경을 바탕으로 한 과학적 해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이 거대한 눈은 어둠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오랜 시간 진화한 감각기관일지도 모릅니다.

07. 대왕오징어도 몸 색을 바꿀까?

오징어라고 하면 순간적으로 몸 색이나 무늬를 바꾸는 모습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여러 오징어류는 피부에 있는 색소포(Chromatophore)와 빛을 반사하는 구조를 이용해 몸의 색과 패턴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왕오징어도 주변 환경에 맞춰 몸 색을 바꿀까요?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는 있지만, 현재까지 확보된 대왕오징어의 자연 상태 관찰 자료만으로는 그 행동을 자세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살아 있는 개체를 장시간 가까이 관찰한 사례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

오징어류에는 색과 패턴을 변화시키는 생리적 구조가 존재합니다.

아직 모르는 것

대왕오징어가 자연 상태에서 어떤 상황에 어떤 색이나 패턴을 사용하는지는 충분히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대왕오징어는 주변 환경에 맞춰 자유롭게 몸 색을 바꾼다’고 단정하기보다는, 다른 오징어류에서 확인되는 능력이 대왕오징어에서는 어느 정도 나타나는지 아직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08. 우리가 본 것은 대왕오징어의 전부가 아니다.

대왕오징어를 조사하면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발견했다’는 말의 의미가 생각보다 작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살아 있는 개체의 모습을 직접 촬영했고, 몸의 구조와 먹이 관계에 대한 단서도 조금씩 모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대왕오징어가 심해에서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어디에서 태어나 어떻게 성장하는지, 짝을 어떻게 찾는지, 얼마나 넓은 영역을 이동하는지, 서로 마주쳤을 때 어떤 행동을 하는지도 아직 충분히 관찰하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까지 본 것은 대왕오징어의 삶 전체가 아니라 아주 짧은 한 장면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 대왕오징어가 단순히 ‘큰 동물’이라는 사실보다, 우리가 아직 제대로 관찰하지 못한 생명이라는 점이 더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09. 대왕오징어를 쫓는 포식자?!

대왕오징어의 생태를 이해하려면 그것을 먹는 생물도 살펴봐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단서 중 하나를 제공하는 동물이 바로 향유고래(Sperm Whale)입니다.

향유고래의 위장이나 배설물 등에서 오징어의 단단한 부리가 발견되는 경우가 있으며, 몸에 남은 빨판 자국 역시 대형 오징어와의 접촉을 보여주는 단서가 됩니다. 이런 자료를 통해 과학자들은 직접 사냥 장면을 보지 못하더라도 심해 생태계에서 두 생물이 포식자와 먹이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영화처럼 거대한 오징어와 고래가 항상 치열하게 싸운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주로 몸에 남은 흔적과 소화되지 않은 부리 같은 간접적인 증거이며, 실제 심해에서 두 생물이 어떤 상황에서 만나고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는 여전히 많은 부분이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대왕오징어의 생활은 실제 삶의 일부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요?

10. 아직 밝혀지지 않은 대왕오징어의 삶

대왕오징어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제 의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존재를 확인하는 것과 그 생물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는 아직 대왕오징어가 바다 전체에서 얼마나 많은 개체로 살아가는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성장 과정 역시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고, 자연 상태에서의 번식 행동이나 어린 개체가 성장하는 과정, 하루 동안 얼마나 이동하는지에 대해서도 관찰 자료가 제한적입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발견한 개체들이 대왕오징어의 평범한 모습을 보여주는지조차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심해에서 우연히 카메라 앞을 지나간 한두 개체의 행동만으로 종 전체의 생활 방식을 판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 대왕오징어는 심해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요?

• 아직 발견하지 못한 개체는 얼마나 많을까요?

• 우리가 관찰한 행동은 정말 이들의 평범한 생활일까요?

• 자연 상태에서 대왕오징어의 하루를 처음부터 끝까지 기록할 수 있는 날이 올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

대왕오징어는 더 이상 전설 속 바다 괴물이 아닙니다. 실제 개체가 발견됐고, 살아 있는 모습도 촬영됐으며, 몸의 구조와 포식 관계를 통해 심해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조금씩 윤곽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연구가 발전할수록 오히려 모르는 부분도 선명해집니다. 최근에는 직접 촬영하는 방법뿐 아니라 환경 DNA처럼 생물이 남긴 흔적을 이용하는 방법까지 등장하면서, 우리가 심해를 탐사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정교한 잠수정과 저조도 카메라, DNA 분석 기술이 발전한다면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기록하지 못했던 대왕오징어의 행동이 새롭게 밝혀질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대왕오징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하지만 그 거대한 생물이 어둠 속에서 어떻게 태어나고, 성장하고, 움직이고, 살아가는지는 아직 완성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아직 한 번도 발견하지 못한 심해의 생명은 얼마나 많을까요?

참고자료

National Museum of Nature and Science, Japan — Giant Squid Research

Smithsonian Ocean — Giant Squid

NOAA Ocean Exploration — Deep-Sea Exploration

서호주 닝갈루 해안 심해 협곡 환경 DNA 연구 자료

WONDER.DIVE

DIVE INTO THE UNKN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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